아이 자존감 대화, 제가 가장 후회했던 말 한마디
아이 자존감에 좋다는 말, 저도 꽤 많이 알고 있었어요.
잘했어, 괜찮아, 우리 아이 최고야.
검색하면 다 나오는 말들이잖아요.
저도 그대로 따라 했고요.
퇴근하고 들어오면 늘 지쳐 있으니까
아이가 뭘 보여줘도 일단 "잘했네" 하고 넘겼어요.
그림을 그려와도 잘했어,
받아쓰기 맞아도 잘했어.
근데 솔직히 그 말에 관심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냥 엄마 역할 하고 있다는 걸 확인하고 싶었던 거죠.
그런데 이상하게
아이가 힘들어하는 순간에는 그 말들이 잘 안 닿더라고요.
같은 칭찬이라도 아이가 힘든 순간엔 다르게 들릴 수 있다는 걸
그때는 몰랐어요.
칭찬을 해도 웃지 않는 날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고요.
그러다 어느 날이었어요.
아이가 수학 시험지를 들고 왔는데
저한테 보여주기도 전에 먼저 이러는 거예요.
"엄마, 이번에 못 봤어. 화내지 마."
저는 화를 낸 적이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아이 입장에서는 달랐던 거예요.
점수 낮을 때마다 제 표정이 달라졌던 걸
아이가 다 보고 있었던 거죠.
그날 아이 재우고 혼자 한참 생각했어요.
내가 그동안 했던 칭찬이 진짜 아이를 위한 말이었을까.
아니면 좋은 엄마처럼 보이고 싶은 나를 위한 말이었을까.
아이한테 남는 건 칭찬의 양이 아니라
제가 어떤 순간에 어떤 말을 꺼냈는지였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어요.
아이 자존감 대화라는 게
아이 자존감 높이는 말을 많이 외우는 게 아니구나, 하고요.
저는 아이한테 심한 말을 한 적은 없다고 생각했어요.
욕을 한 적도 없고, 소리를 지른 적도 거의 없었으니까요.
근데 아이 마음 닫게 하는 말은
심한 말이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익숙한 말이었더라고요.
"그 정도는 할 수 있잖아."
"왜 그것도 못했어?"
"속상한 건 알겠는데, 일단 해보자."
"다른 애들은 다 하는데."
"이 정도로 울 일이야?"
그때는 그 말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다 격려라고 생각하고 한 말이었거든요.
빨리 해결해주고 싶은 마음에
아이 감정은 건너뛰고 결과부터 짚었던 거예요.
특히 저녁에 숙제 봐줄 때가 심했어요.
같은 유형을 세 번째 틀리면
"아까 설명했잖아" 하면서 한숨이 나왔고
아이는 연필만 만지작거리면서 고개를 숙이고요.
한번은 아이가 지우개를 세게 내려놓으면서
"나 이거 진짜 싫어" 하더라고요.
그때 저는 "싫어도 해야지" 하고 말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 순간 아이가 원했던 건
"힘들지?" 한마디였을 텐데요.
또 한번은 미술 시간에 그린 그림을 가져왔는데
"이게 뭐야?" 하고 물었어요.
그냥 궁금해서 한 말이었는데
아이가 그림을 뒤로 감추면서 "아무것도 아니야" 하더라고요.
제 말투가 늘 평가처럼 들렸구나, 그때서야 알았어요.
초3이 되면서 공부가 갑자기 안 통하기 시작했을 때
아이가 수학 문제를 또 틀리니까
"이건 쉬운 건데" 하고 무심코 말한 적이 있어요.
아이 표정이 순간 굳었고,
그 뒤로 수학 문제집만 보면 한숨부터 쉬더라고요.
학년이 올라갈수록 공부 자체보다
공부를 대하는 마음이 더 중요해 보이는데
저는 그걸 너무 늦게 알았어요.
망쳤다고 느낄 때 드러나더라고요
돌이켜보면
아이 자존감이 흔들리는 건 큰 사건이 아니었어요.
시험을 못 본 것 자체보다
제가 시험지 보고 실망한 표정을 지었을 때.
친구한테 놀림을 당한 것보다
제가 "네가 먼저 잘하지 그랬어"라고 했을 때.
학교에서 상을 못 받은 것보다
제가 "00이는 받았는데" 하고 다른 아이 이름을 꺼냈을 때.
다 사소한 순간이었어요.
제가 기억도 못하는 말을
아이는 가슴에 담고 있었던 거예요.
아이가 실패했을 때 부모 반응이
칭찬 열 번보다 더 오래 남는다는 걸
저는 한참 뒤에야 알았어요.
아이 자존감 떨어질 때 부모 말 한마디가
아이 하루 전체를 바꿀 수 있다는 것도요.
자존감이 낮아진 아이는 직접 말 안 해요.
대신 이런 식으로 돌려서 말하더라고요.
"몰라."
"안 할래."
"어차피 못하는데 뭐."
"나는 원래 못해."
"엄마는 맨날 그래."
처음에 이 말들 들었을 때 반항이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가만히 보니까 반항이 아니라 포기였더라고요.
"안 할래"는 진짜 하기 싫은 게 아니라
"또 못하면 어쩌지"가 먼저 드는 거였고요.
"몰라"는 정말 모르는 게 아니라
"말해봤자 엄마가 실망할 텐데"였어요.
"어차피 또 틀릴 거야" 하면서 연필도 안 잡는 날도 있었고
"엄마가 실망했지?" 하면서 제 눈치를 보는 날도 있었고요.
어느 날은 아이가 학원 숙제를 안 하길래
"왜 안 해?" 했더니
한참 뜸을 들이다가 이러더라고요.
"틀릴 것 같아서."
틀리는 게 무서운 아이를 만든 게 저였구나 싶었어요.
담임 선생님한테 들은 말도 비슷했어요.
"발표를 잘 안 하려고 해요. 틀릴까 봐 그런 것 같아요."
그 상담 끝나고 차에서 한참 앉아 있었어요.
아이 마음 닫게 하는 말을 제가 매일 하고 있었구나, 하고요.
자존감 대화에서 중요한 건 좋은 말을 많이 하는 게 아니라
아이를 닫게 만드는 말을 먼저 줄이는 거였더라고요.
처음에는 인터넷에서 아이 자존감 높이는 대화를 검색했어요.
읽어보면 다 맞는 말인데
퇴근하고 지쳐서 집에 들어오면 하나도 기억이 안 나더라고요.
그래서 냉장고에 포스트잇을 하나 붙였어요.
"평가 말고 질문." 딱 이 한 줄.
밥 차리면서 냉장고 볼 때마다 생각이 나니까
의외로 효과가 있었어요.
한 번에 된 건 아니에요.
저도 계속 실수했고 지금도 가끔 옛날 말투가 나와요.
그래도 의식하느냐 안 하느냐가 차이를 만들더라고요.
| 제가 자주 하던 말 | 아이 반응 | 지금은 이렇게 바꾸려고 해요 |
|---|---|---|
| 왜 그것도 못했어? | 바로 입을 닫음 | 어디서 제일 어려웠어? |
| 울 일은 아니잖아 | 더 서러워함 | 많이 속상했겠다 |
| 너 원래 잘하잖아 | 부담스러워함 | 오늘은 뭐가 힘들었어? |
| 다음엔 잘하면 돼 | 대답 안 함 | 이번엔 어떤 마음이었어? |
처음에 "어디가 어려웠어?" 하면
아이가 멍하니 쳐다봤어요.
그동안 그런 질문을 한 적이 없었으니까요.
근데 몇 번 반복하니까
아이가 "이 부분이 헷갈렸어" "여기서 틀린 것 같아" 하고
자기 생각을 말하기 시작하더라고요.
비교 대신 질문을 해주니까
스스로 정리하는 게 보였어요.
가장 크게 달라진 건 시험 볼 때였어요.
예전에는 점수부터 물었는데
"오늘 시험 어땠어? 어려웠어?"로 바꿨더니
아이가 "3번이 좀 헷갈렸는데 찍었어" 하면서 웃는 거예요.
아이 반응이 달라지면서 저도 제 말을 돌아보게 됐어요.
전에는 점수만 보고 평가했구나, 하고요.
아이 문해력이 걱정돼서 독서 습관을 들이려 했을 때도
"읽어라" 대신 "오늘 읽은 거 중에 재밌는 거 있었어?"로 바꾸니까
아이가 먼저 책 이야기를 꺼내더라고요.
부모 대화법이라는 게 거창한 기술이 아니었어요.
해결부터 주는 말 대신
아이 마음을 먼저 확인하는 말로 순서를 바꾸는 것.
그것만으로도 아이 표정이 달라지더라고요.
제일 어려운 건 말이 아니라 제 상태였어요
초등 부모 대화 현실을 말하자면요,
좋은 말을 하려면 먼저 엄마가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근데 그 말 들을 때마다 솔직히 부담스러웠어요.
여유가 있어서 못한 게 아니라,
하루가 늘 급하고 버거웠으니까요.
퇴근하고 들어오면 저녁 차리고, 숙제 확인하고, 학원 보내고.
그 사이에 아이가 울면서 버티면
하루 종일 참았던 게 한 번에 올라와요.
"엄마 지금 진짜 힘들거든?"
이 말을 삼키는 날도 있었고, 못 삼킨 날도 있었어요.
운동하면서 공부까지 시키는 게 맞는지 고민하던 시기에는
아이도 지쳐 있었고 저도 지쳐 있었거든요.
체력이 먼저 무너지는 날엔 같은 말도 아이한테 다르게 닿았어요.
제가 날카로운 줄도 모르고 말하고 있었던 거죠.
그래서 요즘은 아이한테 좋은 말을 하는 것보다
제가 너무 지친 날에는 말을 줄이는 연습을 해요.
아무 말도 안 하는 게 나쁜 말 하는 것보다 나을 때가 있더라고요.
아이한테 "엄마 오늘 좀 힘들어서 조금만 쉬고 이야기하자" 하면
의외로 아이가 기다려줘요.
전에는 그런 말도 못하고 억지로 대화하다 결국 날카로워졌는데
솔직하게 말하는 게 아이한테도 더 나았더라고요.
대단한 건 아니에요.
그냥 제가 자꾸 놓치는 것들을 메모해둔 거에 가까워요.
아이가 실수했을 때 바로 평가하지 않기.
기분보다 사실부터 묻지 않기.
결과 칭찬보다 버틴 마음 먼저 보기.
비교가 들어가는 말은 최대한 줄이기.
아이가 말하기 싫어할 땐 그 자리에서 결론 내지 않기.
이걸 다 지키냐고 물으면, 솔직히 아니에요.
피곤한 날에는 절반도 못 지켜요.
어제도 아이가 양치 안 하고 누웠길래
"또?" 하고 짜증 섞인 말이 나왔어요.
근데 이 기준이 있느냐 없느냐가 다르더라고요.
기준이 있으면 실수한 뒤에라도 알아차리니까요.
그리고 알아차리면
"아까 엄마 말이 좀 심했지, 미안해" 하고
돌아갈 수 있으니까요.
"엄마도 오늘 회사에서 실수했어. 내일은 좀 더 잘해볼게."
이 한마디를 아이한테 했더니
"엄마도 실수해?" 하면서 놀라더라고요.
그리고는 "나도 오늘 급식 쏟았는데 괜찮지?" 하면서 웃었어요.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보여주는 것도
아이가 속상해할 때 해줄 수 있는 말이었더라고요.
아이 자존감은 거창한 초등 자존감 교육에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었어요.
아이 자존감 교육 방법을 아무리 검색해봐도
결국 답은 같더라고요.
하루에도 몇 번씩 스쳐 지나가는 말,
특히 아이가 무너진 순간에 듣는 말이 더 오래 남았어요.
초등 자존감 대화에서 제가 배운 건 하나였어요.
아이 자존감 부모 역할이라는 게 대단한 기술이 아니라
아이가 무너진 순간에 어떤 첫마디를 꺼내느냐, 그거였어요.
저도 아직 매번 잘하는 엄마는 아니에요.
"그거 아직도 안 했어?" 하고 말하고 나서
아차, 싶은 날이 여전히 있고요.
그래도 달라진 게 하나 있다면
아이가 실패한 날에는
말하기 전에 한 번 멈추게 된 거예요.
"이 말이 아이한테 어떻게 들릴까."
적어도 아이가 실패한 날에
더 조심해야 할 말이 있다는 건
이제 조금 알 것 같아요.
워킹맘이라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짧다고 늘 미안했는데
시간의 양보다 그 시간에 어떤 말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걸
이제야 느끼고 있어요.
입학을 앞두고 있다면 마음 준비와 함께 초등 입학 준비물, 진짜 쓴 것만 정리한 엄마 체크리스트도 참고해보세요.